정부가 계획 중인 의대정원 확대 방안에 의사들 반발이 격화하는 가운데 의료계 ‘집단 파업’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앞서 의료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창이던 2020년 8∼9월 사이 대규모 파업으로 의대정원 확대 등을 막은 바 있다.
대한의사협회장을 지낸 주수호 미래의료포럼 대표는 17일 ‘전국 전공의들에게 고합니다’라는 제목의 메디게이트뉴스 칼럼을 통해 “지금은 우리 의사들이 의대 입학 정원 확대를 저지해 대한민국 의료를 서서히 망할 수 있게 막아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의료시스템을 완전히 무너뜨려 급속히 망하게 하는 것이 의사들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는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을 세울 기회”라고 주장했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전국 14만명 중 11만7000여명의 의사회원이 가입한 의사 포털 메디게이트가 만드는 의료전문미디어라고 밝히고 있다.
주 대표는 2000년과 2020년 대규모 의사파업을 언급하며 ‘집단행동’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이미 2000년, 그리고 2020년 투쟁을 통해서 배운 것이 있다”면서 “2023년 지금도 모두가 들고 일어나 함께 투쟁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의사다!! 의사는 하나다!! 필승!!”이라고 덧붙였다.
‘소아과 오픈런·응급실 뺑뺑이’ 등 필수의료 붕괴 현상 원인으로 주 대표는 “고질적인 저수가, 사법부의 과도한 판결, 그리고 실손보험 도입으로 인한 비급여 시장의 급격한 성장”을 꼽았다. 그는 “지금 의사들 사이에서는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면 병원이 손해이고, 치료에 실패하면 의사가 감방 간다’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며 “치료를 해도 문제, 안 해도 문제인 이 상황에서 의사들이 과연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 노력해야 할 이유가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했다. 이어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이 해결책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공급에 의한 수요 창출로 인해 의료비 폭증 및 건보료 고갈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협 등 의사 단체는 이미 공식적으로 대규모 파업 사태 등을 예고한 바 있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은 17일 오후 서울 용산 의협 회관에서 열린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에 앞서 “정부가 의대 증원 방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할 경우 14만 의사와 2만 의대생은 모든 수단을 동원한 강력 투쟁에 들어갈 것”이라며 “2020년 파업 때보다 더 큰 불행한 사태가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회의에는 의협 산하 전국 16개 시도 의사회장과 대한전공의협의회, 공중보건의사협의회,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단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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