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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저녁 시간 가족·친구들과 해외여행을 떠나기 위해 청주국제공항을 찾았던 조모(52)씨는 ‘술판’에 눈살을 찌푸려야 했다. 출국심사를 마치고 출발장소(대합실)에서 탑승을 기다리고 있는데, 면세구역 내 휴게음식점에서 승객 30여 명이 소주와 맥주를 연거푸 마시고 있었다. 일부 승객은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취해 보였다고 한다.
취객의 큰 소리는 다른 승객들에게 피해를 줬다. 어린아이를 동반한 승객들은 이들과 최대한 먼 곳으로 자리를 피해야 했다. 조씨는 “(국제공항인데) 다른 나라 사람들이 볼까 부끄럽다”고 말했다. 당시 대합실에는 공항 직원들이 순찰 중이었지만 누구도 제지하지 않았다.
일반음식점과 달리 카페나 베이커리 같은 휴게음식점에서는 원칙적으로 주류를 판매할 수 없다. 식품위생법 등으로 정해놨다. 공항 내 휴게음식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청주국제공항 휴게음식점에서는 얼마든지 술을 마실 수 있고, 1인당 구매 제한도 없다. 참다못한 조씨 일행은 청주공항 당직실에 전화를 걸어 이런 사실을 알렸지만 “공항(출국장)에서 술을 마시는 것은 문제가 없다”, “(그분들이) 행패를 부리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기 전에는 제지할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한다.
청주공항 측 "술 판매 확인 후 대책마련할 것"
청주공항을 운영하는 한국공항공사는 이런 사실을 알고도 사실상 묵인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해당 매장에서 술을 판매한다는 민원이 여러 차례 청주공항 측에 접수됐지만, 권고 수준에 그쳤다고 한다. 청주공항 관계자는 “민원인 신고로 해당 매장에 개선을 권고했지만, 말을 듣지 않는 데다 일부 승객이 술을 요구해 계속 판매가 이뤄지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출입국심사 때는 법무부, 비행기를 탑승할 때는 항공사가 통제하기 때문에 음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우리는 아무런 권한이 없다”며 “해당 매장에서 계속 술을 파는지를 확인한 뒤에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해명했다.
공항이 음주에 지나치게 관대한 것 아니냔 지적이다. 술 판매를 일정 부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탑승객이 과도한 음주 상태로 비행기에 탑승할 경우 다른 승객들에게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자칫 기내 난동과 출입문 임의 개방시도 등 항공기 안전 운항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다.
지난해 3월 제주에서 김포로 향하던 비행기가 취객 난동에 다시 제주로 되돌아간 일이 있었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의 지난 2월 ‘가장 참기 힘든 탑승객’ 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 이상(55%)이 ‘취객’을 꼽았다고 한다.
그나마 인천국제공항의 경우 사전승인제를 운용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는 “해외 공항처럼 가볍게 마시는 차원에서 각 식당(일반음식점)에서 맥주 판매는 가능하다”며 “다만 소주와 양주 등 도수가 높은 술은 반입과 판매 전에 반드시 사전 승인을 받아야만 한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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