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여넣기’ 한 것 같은 병실 생활에서, 내 낙은 걸그룹 블랙핑크의 노래 ‘핑크 베놈’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이었다. 강렬한 영상과 사운드 뒤로 전사처럼 단단해 보이는 그들의 모습을 하루에도 수십 차례 돌려 봤다. 그러다 어떤 날은 블랙핑크 멤버 제니에게 빠져서 한참 동안 제니에 대해서 탐구하기도 했다. 어린 시절, 배우 배용준을 제외하고 스타 ‘덕질’을 해본 경험이 없는 내가 나이 마흔에 아이돌에 빠지다니, 신선했다.
‘덕질’하는 아이돌이 하나둘 늘어갈 때쯤, 세포 채집량이 채워졌다. 그 뒤 내 임무는 엄마가 무균실에서 나와 준무균실에서 회복할 때, 엄마를 돌볼 간병인을 구하는 일이었다. 아무래도 환자를 맡기는 일이니, 영미씨의 ‘사촌 언니’처럼 엄마를 ‘가족같이’ 돌봐줄 간병인이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내 고민을 들은 한 간호사가 무균실에서 이제 막 나온 한 간병인을 두곤 괜찮은 분이라며 뜻을 물어보라고 귀띔했다. 하지만 그 간병인은 힘든 무균실 생활 탓에 당분간 쉬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누군가를 24시간 돌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의 시간을 온전히 갖기 어렵고, 최소한의 통잠도 자기 힘들다. 환자의 어두운 기운을 온몸으로 떠안으며 감정노동도 해야 한다. 그걸 알면서도, 나는 ‘가족 같은 간병인’이라는 바람 앞에 ‘가성비’라는 단어를 자동으로 떠올렸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돌봄노동 값’이 환자 보호자가 되니 숨 막히는 비용처럼 다가온 것이다. 돌봄과 가성비라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를 분리해서 생각하기 어려웠다.
우리의 경우 아픈 엄마를 돌보는 건 주로 자식이고 간병인의 도움은 잠깐인데, 자식이 없는 나는 늙으면 누가 돌봐줄까. 병원 진료에 동행해주는 대행 서비스나 간병 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을 테다. 모든 돌봄을 비용으로 처리할 내 미래가 눈앞에 그려져 문득 쓸쓸해졌다.
그런 불안감 때문인지, 요즘 거의 매주 조카들과 시간을 보내며 우스개로 조카들에게 세뇌를 시킨다. “이모 늙어도 이모랑 놀아줘야 돼”, “이모 늙으면 1년에 한번은 찾아와줘”라고. 조카들이 지금은 “나중에 이모한테 효도하겠다”며 어버이날에 내 카네이션도 만들지만 그 마음이 지속되기 어렵다는 걸 안다. 그래도 그 마음이 예뻐서 나중에 느낄 쓸쓸함은 조금 미뤄두기로 했다.
소소
갑작스레 ‘엄마 돌봄’을 하게 된 케이(K)-장녀가 고령화사회에서 청년이 겪는 부모 돌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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