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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하는 것이다.”
크리스티안 린드너 독일 재무장관은 4일 2025년 저소득층에 대한 아동수당을 늘리는 정책을 발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한때 ‘유럽의 성장엔진’으로 불리던 독일 경제가 장기 침체 늪에 빠지면서 내년도 예산안을 삭감하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복지수당은 늘리는 데 대한 일부 국민의 불만을 달래기 위한 설명이었다.
독일이 올해 세계 주요국 가운데 유일하게 역성장할 것이라는 진단을 받자 정부의 경제 실패 책임론이 제기되는 등 정치 혼란 양상도 보이고 있다. 아돌프 히틀러와 나치 역사에 대한 반성을 이어온 독일에서 극우 정당이 지지율 2위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 국민 절반 이상 ‘일할 가치 못 느껴’
5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독일 여론조사기관 인사(INSA)가 성인 1005명을 조사한 결과 52%가 실업급여, 아동수당 같은 복지수당 증가 발표 후 ‘더 이상 일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정부는 지난달 30일 내년부터 실업급여를 월 502유로(약 72만 원)에서 563유로(약 80만 원)로 12% 올린다고 밝혔다. 아동수당도 대폭 올린다. 현재 모든 가구 0∼18세에게 월 250유로(35만7000원)를 지급하고 있는데, 2025년부터 중위소득 60% 미만 가구에는 첫째 월 636유로(91만 원), 둘째부터 월 530유로(76만 원)로 상향해 지급한다.
복지수당이 이처럼 큰 폭으로 늘어난 반면 내년도 최저임금은 3% 늘어난 12.41유로(1만7700원)다. 로이터는 “최저임금을 받으며 정규직으로 일하는 사람이 복지 혜택을 받는 사람보다 크게 더 벌지 못하기 때문에 일할 가치가 없다는 인상을 준다”고 분석했다.
다만 ‘복지수당 인상이 정당한가’에 대해서는 찬성 45%, 반대 44%로 의견이 팽팽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인식한 듯 린드너 장관은 “부모 실업이 아동 빈곤의 주요 원인이기 때문에 일부 수당을 받기 위해서는 취업이 전제조건이 될 것”이라며 “복지 혜택이 사람들의 근로 의욕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 극우정당, 지지율 2위 고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에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한 고물가까지 악재가 겹친 데다 제조업 제품 수출 호황에 안주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한 것이 독일 경제 실패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년 전 독일은 빈사(瀕死) 상태이던 경제를 되살려 세계화 시대 제조업 강국이 됐다. (그러나) 세월이 변했지만 독일은 이를 따라잡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독일 경제 규모는 지난해 4분기(10∼12월) 국내총생산(GDP)이 0.4% 감소한 데 이어 올해 1분기(1∼3월)에도 0.1% 줄어들었다. 재정 적자는 올 상반기(1∼6월) 60조 원까지 확대되면서 동·서독 통일 직후 막대한 통합 비용 등으로 신음하던 1990년대에 이어 또다시 ‘유럽의 병자(病者)’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경제 불안으로 정부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면서 낙태와 난민 등을 반대하는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당세는 계속 커지고 있다. INSA가 지난달 25∼28일 성인 2006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AfD 지지율은 21%로, 26.5%를 기록한 중도 보수 성향의 야당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AfD는 올 6월 극우 정당 최초로 시장까지 배출했다. 올라프 숄츠 총리가 속한 집권 사회민주당(SPD) 지지율은 18%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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